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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GRAPH ASIA 2010   Community Artworks of Animation
 
디지털 필름메이킹 환경 속에서 전개되는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최근 동향에 관하여
KoreaGraph 2010-12-12
디지털 필름메이킹 환경 속에서 전개되는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최근 동향에 관하여

글/김준양
코리아그래프 멤버, <Animation: An Interdisciplinary Journal> 어소시어트 에디터 (아시아 담당),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움직이는 이미지의 중심적 생산 도구가 된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그것의 문화지리적 전개를 조명하고자 하는 이 글은, 아시아의 대안적인 애니메이션을 중시하는 몇몇 영화제들에서 필자가 일하며 얻은 경험, 그리고 역시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관한 아티클을 쓰며 이루어진 연구(일본에서 출간 예정)를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세계의 낡고 편향된 지도를 갖고 조사하면서, 필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필름메이킹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애니메이팅을 위한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 왔으며, 그리고 이를 통해 21세기로의 진입기와 그 후 최근까지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풍경에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일으키는 데 기여해 왔음을 발견하였다. 이 글에서 관심을 갖는 그 변화들 중의 하나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와 지역들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장편 애니메이션을 갑자기 생산하기 시작한 점인데, 그 작품들 중에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의, 혹은 풀 3-D CG 애니메이션의 영역에서 각국의 역사적인 첫 장편들이 자주 포함되어 있다.

물론, 전후 일본에서와 같이 애니메이션 산업으로 나아가지는 않았을지라도 중국, 한국, 태국과 같은 나라들에서도 디지털 이전의 광학 시대인 30여 년 전에 이미 그 나라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던 역사가 있기는 하였다. 여기에서 훨씬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단지 어느 한 나라에서 만들어진 어느 한 작품만의 역사적 의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의 최근 제작 빈도가 눈에 띠게 늘어났거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양적인 증가와 지속성은 동시에 예술적, 그리고 이데올로기적인 측면들에서 이 분야의 몇 가지 새로운 경향들을 노출시켜 오기도 하였다. 우선 2000년 전후로 당시 디지털 필름메이킹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크게 고무받은 것으로 보이는 꽤 실험적인 장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는데, 이란, 인디아, 타이완, 중국 본토 및 홍콩, 그리고 한국의 경우를 간단히 들여다 보기로 하겠다.

먼저 2000년에 이란에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 <전령들 The Messengers>이라는 제목으로도 일컬어지는 <예언자의 역사 History of Prophets>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핸드 드로잉을 스캔하여 DOS 기반의 2-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인 오토데스크의 애니메이터프로 Animator Pro에서 채색하는 방식이 취해졌다. 한편, 인도에서는 모션캡쳐 기술에 의한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보고되는 <신바드: 안개의 베일 너머 Sinbad: Beyond the Veil of Mists>(2000)가 미국과의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더 동쪽으로 오면, 타이완에서는 TV 시리즈로서 이미 오랫동안 방송되어 온 전통 양식의 대중적인 인형극에 CGI를 결합시킨 장편 <성석전설 Legend of the Sacred Stone>(2000)이 제작되었다. 중국 본토 반환의 해에 홍콩에서는 서극 감독의 유명한 동명의 3부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한 <천녀유혼 A Chinese Ghost Story: The Animation>(1997)이 개봉되었는데 모든 배경을 3-D 컴퓨터 그래픽스로 만들어 핸드 드로잉과 합성하는 방식이 취해졌다. 제작진의 대부분은 광동인이거나 중국인이었지만 캐릭터 애니메이션 작업은 일본의 트라이앵글스태프 Triangle Staff에 의해 이루어졌다. 타이완과 홍콩의 이들 두 작품은 국제적으로 배급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편, 중국 본토에서는 유명한 상하이 미술전영 제편창 Shanghai Animation Film Studio이 스펙터클 장편 애니메이션 <보련등 Lotus Lantern>(1999)을 내놓았다.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기법에 CG 테크놀로지가 도입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타이완과 홍콩의 그것들만큼 세련되거나 기억될 만한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였다.

한국의 경우, CGI가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에 도입된 것은 이미 1990년대 동안의 일이었지만, 풀 3-D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 한국 최초의 사례는 2001년에 개봉된 <런딤 Run=Dim>으로 알려져 있다. 그 1년 뒤에 <마리 이야기 My Beautiful Girl, Mari>는, 애니메이터가 컴퓨터 시스템 상에서 디지털 스타일러스로 직접 작화를 수행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2-D의 핸드 드로잉을 3-D CGI과 합성하는 한층 진보적인 방식을 시도하였다.

이상과 같은 장편 애니메이션들을 앞에서 실험적이라고 일컬은 이유는 그들 각각이 해당 국가 혹은 해당 지역의 수십 년에 걸친 애니메이션 역사 속에서 단지 유례없는 기술적 접근을 취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각 작품의 제작 방식이 그 뒤에 제작된 장편 애니메이션들의 궤적들을 고려할 때 하나의 규범으로서 자리잡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뒤따르는 장편들의 궤적들은 이때 적어도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디지털 이전 시대에 확립된 디즈니 혹은 일본의 대중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오래된 규범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새롭게 등장하는 테크놀로지들을 갖고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제까지 언급된 나라와 지역들에 이어서 2006년 이후로는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의 나라들에서도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이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먼저 태국에서는 자국 최초의 3-D CG 장편 애니메이션 <칸 쿠웨이 Khan Kluay>(2006)가 등장하였다. 2년 뒤 싱가포르에서는 인도네시아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 제작된 첫 장편 애니메이션 <새벽을 기다리는 노래 Sing to the Dawn>(2008)가, 그리고 필리핀에서도 첫 장편 애니메이션 <우르두자 Urduja>(2008)가 공개되었다. 2010년에 들어와서는 베트남에서도 <용의 아들 Story of the Dragon’s Son>(2010)이라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의 제작이 보고되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이미 1990년대 말에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전통적 기법에 부분적으로 도입한 장편 애니메이션이 나온 바 있었으나 그 분야의 연속성이 유지되지 못하던 가운데 10여 년의 세월 후 마침내 첫 3-D CG 장편 애니메이션 <겡 Geng>(2009)이 제작되었다.

이와 같은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은 각국, 각지에서 디지털 이전의 시대와 달리 (아직 긴 전망까지는 불투명하다 할지라도) 흥미롭게도 비교적 지속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1980년 말에 프랑스의 거장 르네 랄루 Rene Laloux 감독이 애니메이션의 괴멸 상태를 우려했을 만큼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제작되기 어려웠던 장편 애니메이션이 아시아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 가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디지털 테크놀로지, 즉 컴퓨터 그래픽스의 발전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성과들을 단순히 기술로만 환원시키는 것은 곤란해 보인다. 우선 아시아 각국, 각지에는 서로 다른 사회 문화적 상황이 자리하고 있으며 기술의 활용은 그러한 맥락 속에서 서로 다르게 이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럼 지리적 초점을 좁혀 더 상세히 들여다보자.

우선 이란에서는 정부가 이라크와의 전쟁 후 1980년대 말에 복구와 사회 경제적 발전을 위한 실질적 정책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특히 모흐센 마흐말바프라든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인기는 영화 정책을 위한 좋은 자극이 되어 주었다. 정부는 이른바 ‘하이 클래스’ 영화들이 더 좋은 기간과 일정으로 더 좋은 영화관에서 개봉되도록 지원하는 ‘클래스’ 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 또한 동시 녹음 기술의 도입과 검열 제도의 완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커다란 과제들이 남아 있었다. 1979년의 이슬람혁명과 뒤이은 이란-이라크 전쟁 동안에 파괴되거나 노후화된 영화관을 보수, 확충하는 한편, 인접국가들로부터 방송되는 수많은 위성 TV 채널들에 접근이 가능해진 새로운 초국가적, 사적 미디어의 환경에도 대처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1990년대에 사바 컬처럴&아트 컴퍼니 Saba Cultural & Art Company가 국영 TV 방송국의 산하 기관으로서 설립되었다. 현재는 사바를 비롯하여 기타 민영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현재 무슬림 국가 및 지역들을 대상으로 장편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많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수출하고 있다. 그 중 이란 애니메이션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가장 야심적인 프로젝트로서 <성스러운 왕들 Holy Kings> 시리즈는 3-D CG로 제작되어 30분 길이에 22개의 에피소드가 방송 전파를 탔는데 나중에는 7편의 장편으로도 재편집되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는 <뱀 어깨의 전설 The Legend of Snake-Shoulders>일 것이다. 이 장편 인형 애니메이션 3부작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되어 2007년부터 2008년 사이에 개봉되었다. 최근 이란 정부의 영화 관련 정책은 소비에트연방에서 탈퇴한 우즈베키스탄 같은, 중앙아시아의 더 많은 무슬림 국가들을 끌어안으려 하고 있으며, 이는 애니메이션 산업을 위한 커다란 시장의 형성으로 나아가리라 보인다.

인도에서는 이미 1980년에 당시의 인디라 간디 수상이 그녀의 초기 사회주의 노선 대부분을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로 대체하면서 컬러 및 위성 방식에 의한 텔레비전 미디어가 새로운 정책의 최전선으로 설정되었다. 1991년에 선출된 라오 수상도 인디라 간디의 노선에 따라 자유주의적 경제 개혁을 수행하여 인도를 IT 강국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분위기가 장편 애니메이션의 제작과 함께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발걸음은 전통적인 기법에 의한 장편 애니메이션 <빛의 왕자: 라마야나 전설 The Prince of Light: the Legend of Ramayana>이었고 일본과의 공동제작으로 1993년에 개봉되었다. 그 다음 발걸음은 7년 후의 모션캡처 장편 애니메이션 <신바드: 안개의 베일 너머>였다. 그로부터 다시 5년 뒤인 2005년에는 해외 합작이 아닌 방식으로 만들어진 인도 최초의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하누만>이 마침내 인도 관객을 만나기에 이르렀다. 이 작품의 성공은 속편 <하누만의 귀환 Return of Hanuman>(2007)으로 나아갈 정도로 인도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으로의 많은 입구들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이들 장편은 주로 힌두교의 신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는데 라이브액션영화 분야에서는 이미 오랜 전에 하나의 장르로서 확립된 경향이다. 최근의 주목할만한 발걸음은 풀 3-D CG 장편 애니메이션 <집 없는 강아지 로미오 Roadside Romeo>(2008)일 것이다. 인도의 야쉬 라지 필름즈 Yash Raj Films가 디즈니와의 공동제작 형식으로 만든 이 장편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의해 북미 시장에 배급된 두 번째 발리우드 영화로서 보고된다.

흔히 중화권으로 일컬어지는 타이완, 홍콩, 그리고 중국 본토는 서로 다른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각각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따로따로 이야기하기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단 중국 본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국영이었던 상하이 미술전영 제편창이 2001년에 상하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 Shanghai Media & Entertainment Group의 산하에서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상하이 필름그룹코퍼레이션 Shanghai Film Group Corporation의 일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구조적 변화가 과거의 명망 높았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장편 제작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2003년의 어느 보고는 훨씬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것에 따르면, 상하이 미술전영 제편창에 10명 남짓의 애니메이션 감독이 있으나 평균 연령이 50세를 넘어 젊은 세대의 인재가 요구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스튜디오가 <보련등> 이후 11년 만인 2010년 상반기에 내놓은 장편 애니메이션 <검은 고양이 형사 Black Cat Detective>는 그들이 1980년대에 만들었던 TV 시리즈의 연장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중국 유일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였던 상하이 미술전형 제편창 이외에 새롭게 등장한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고 1997년 본토 반환 이후 홍콩 측과의 연계도 늘어났다. 이러한 기후 속에서 개봉된 <유쾌한 염소와 덩치 큰 늑대: 호랑이의 위세 Pleasant Goat and Big Big Wolf – The Tiger Prowess>(2010)는 최근의 보기 드문 성공작으로서 2005년에 첫 방송된 인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두 번째 스핀오프 장편이다.

홍콩의 경우는, 더 이상 중국 본토와 명확히 구별하는 일이 가능하지는 않을지라도 그것의 근대사 및 지정학 속에서 광동어와 함께 발전된 거대한 영화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여전히 유의미해 보인다. 비슷한 이유로, 홍콩의 애니메이션은 지난 세기의 하반기 내내 국가의 통제하에 놓여 있던 중국 본토의 그것과는 물론, 이른바 “제1세계”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위한 하청 생산에 오래 지배되어 온 타이완의 그것과도 구별될 수 있을 것이다. 홍콩에는 만화책, 텔레비전, 라이브액션영화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와 나란히 장편 애니메이션의 시리즈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맥덜 McDull이라는 이름의 대중적인 광동 출신 아기돼지 캐릭터가 존재한다. <맥덜> 시리즈의 장편 애니메이션 두 편을 감독한 토 유엔 To Yuen은, 1970년대부터 홍콩에서 존재감을 명확히 해 온 독립 영화 영역에서 초기 경력을 쌓았다. 주성치 Stephen Chow가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버전의 <장강7호 CJ7>는 그의 최신 감독작이 될 예정이다. 홍콩 출신으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유능한 아티스트는 라만 후이 Raman Hui일 것이다. 그는 <슈렉 Shrek>, <슈렉2 Shrek 2>, <개미 ANTZ>에서 수퍼바이징 애니메이터 및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활약하였고 <슈렉3 Shrek the Third>에서는 공동 감독을 담당하였다.

한편, 한국에서는 <마리 이야기> 이후로 상대적으로 퍽 많은 수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편이다. 그러나 1990년대의 애니메이션 붐 속에서 국내 관객이 겪었던 실망을 대체하며 그 기대를 충족시킨 장편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이야기해 줄 한 가지 흥미로운 케이스가 있다. 2000년대의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개봉 리스트 중에는 특별한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내셔널리즘적이고 미래주의적인 근대화의 유토피아적 판타지로 30여 년 전인 1976년에 관객들을 사로잡은, 그리고 후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았다는 무차별적 비난을 감수해 온 장편 애니메이션 <로보트태권V Robot Taekwon V>가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는 35밀리 프린트가 오랫동안 분실 상태였다가 2003년에 발견되어 디지털 복원 과정을 거친 후 2005년에 재개봉되었는데 당시 한국의 장편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대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로부터 2년 뒤에 <마리 이야기>의 예술적 노선을 수정한 이성강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 Yobi, the Five Tailed Fox>(2007)가 그 거대한 기계 유령을 추월한 것은 일종의 행운이었다.

<로보트태권V>에서 제기된 두 가지 쟁점은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서도 한국의 대중 애니메이션에서 여전히 유효해 보이는데 아시아의 다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통적이라 할 만하다. 그 쟁점들 중 하나는 서사가 흔히 집단적 신화의 경향을 띠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시각 디자인이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확립된 주류 양식에서 자유롭지 않은 점이다. 이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다양한 유연성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의 제작이 여전히 대규모 프로젝트로서 다뤄지면서 국가 기관의 개입(예컨대 지원금 같은 형식의)이라든가 그 사회의 문화정치적 상황과 깊게 결부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대안적 방향이 이미 여러 작품들 속에서 그 맹아를 드러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먼저, 인도의 <하누만의 귀환>과 <집 없는 강아지 로미오>는 드림웍스의 <슈렉>에서와 같은 풍부한 패러디와 알레고리의 성공적인 도입을 보여주었다. 다음으로, 인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서부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동부에서 마니푸르 지방의 전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타이거헤드 Tiger Head>(2010)라든가 중국 반환 후에도 여전히 특수한 지정학적 조건을 유지하는 홍콩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맥덜> 시리즈의 장편 애니메이션들은 국가 레벨의 시야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또 다른 층위의 커뮤니티와 문화를 다룬 사례로서 유의미하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스펙터클 이미지의 생산 도구로보다는 필름메이킹과 애니메이팅의 대안적인 환경으로 활용한 한국의 <로망은 없다 What Is Not Romance>(2009)와 중국의 <나를 찔러봐 Piercing I>(2009)는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이 이제 거대 스튜디오 시스템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이와 비슷한 도전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아시아라고 일컬어지기는 하지만 그것은 사실상 몹시 광대한 대륙이다. 이러한 지리학 안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의 제작은 서로 조금씩, 때로는 상당히 다른 상황들에 둘러싸여 전개된다. 이 점에서 각각의 장편들이 거대한 대륙 내에 자리하고 있는 각국, 각지의 고유한 시선과 목소리로서 발전해 가리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때 지적될 수 있는 한 가지 과제가 있다. 아시아 내부의 관계에서, 그리고 아시아와 다른 대륙들 사이의 관계에서 요청되는 국제적인 교류 및 협력이다. 사실 이 글에서 소개된 많은 장편 애니메이션들이 아시아 내에서조차도 여러 곳에서 아직도 충분히 인지되고 있거나 배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상업성만을 지향하는 배급사와 영화관보다 앞서 그런 장편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기울이는 영역은 영화제, 시네마테크, 혹은 그 밖에 이들과 유사한 목적과 형식을 띤 행사나 기관들이다. 아시아의 애니메이션들을 영화제들에서 소개해 온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각 작품의 배급권자 또는 저작권자와 연락이 닿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수월하지 않곤 하였다. 연락처 정보 자체를 입수하기가 불가능할 때조차 있으며 그 정보를 운 좋게 확보하여 오늘날의 이용 가능한 모든 통신수단을 동원하여 이쪽에서 연락을 취해도 저쪽에서 응답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 제공되는 기계 번역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자국어 이외에 영어로도 함께 제공되지 않는 웹사이트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검색 결과를 늘 기대하기 어렵다. 아시아 작품을 충분한 정보와 함께 만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경우들 중 하나라면 서구의 영화제에 소개될 때이다. 아시아 내에서 애니메이션의 산업적 발전이 할리우드만큼 진행된 나라에서조차도 최신 장편 애니메이션의 저작권자 혹은 배급권자가 미유럽의 영화제에서 그들의 작품을 가장 먼저 알리고 싶어하는 경향은 금방 변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점점 더 많은 영화제들이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 영화제를 지원하는 각국의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영상 관련의 여러 진흥기관, 그리고 기업들이 몇 년 만에 마음을 바꾸는 일이 이제까지 결코 드물지 않았지만, 아시아의 애니메이션 혹은 디지털 시대의 (라이브액션을 포함하는) 움직이는 이미지는 점점 더 많이 생산될 것이며 더불어 이들의 교류와 유통을 한층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직적 기능도 점점 많이 요구되리라 전망된다. 그 기능은 아시아 내의 여러 상이하고도 특수한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 따른 여러 곤란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 때문에 더더욱 큰 중요성을 지닐 것이다. 이 점이, 아시아 전역을 상대로 하리라고 예측되는 시그래프아시아에게는 큰 도전이자 성취의 근거가 되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그래프아시아를 위한 어드바이스로서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의 명언을 인용하면, “Form Follows Function” (형식은 기능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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